구글은 왜 사무실을 ‘동네’처럼 만들었을까 – 리더가 알아야 할 공간 전략의 변화 (1)
리더를 위한 오피스 레볼루션 2편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네이버후드 전략과 한국 기업 유사 사례를 통해, 협업과 혁신을 이끌어내는 오피스 공간의 특징을 알아봅니다.
<오피스 레볼루션> 시리즈는 리더분들이 사무실 공간을 성과를 만드는 전략적 도구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획됐습니다. "평당 얼마인가"가 아니라 "이 공간이 우리 조직에 어떤 가치를 만드는가"를 질문할 수 있는 관점을 드리고, 더 효과적인 인테리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1편에서 우리는 사무실이 성과를 만드는 전략적 도구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정석 중심에서 다목적 공간으로, 고립된 업무에서 연결된 협업으로, 단순 이동에서 의도적인 교류로. 오피스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요? 바로 구글입니다. 구글은 사무실을 '동네(Neighborhood)'라는 개념으로 재정의하고 있는데요. 대체 사무실에 왜 '동네'가 필요한 걸까요?

네이버후드(Neighborhood)란 무엇인가
구글의 네이버후드 개념은 하루아침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구글의 부동산 R&D 디렉터 미셸 카우프만(Michelle Kaufmann)은 지난 10년간의 리서치 끝에 하나의 핵심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직원들은 자신이 자주 협업하는 동료들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을 때 가장 높은 성과를 낸다. 여기서 '동료'란 같은 팀원뿐 아니라 인접 팀의 구성원까지 포함한다."
이 발견에서 네이버후드라는 개념이 탄생합니다. 구글은 관련 팀들을 하나의 '동네'로 묶고, 그 동네 안에서 집중 업무, 협업, 휴식이 모두 가능하도록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전통적인 사무실이 직급이나 부서 단위로 좌석을 배치했다면, 네이버후드는 '함께 일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성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 개념을 본격적으로 구현한 곳이 2024년 완공한 구글 뉴욕 오피스입니다. 1930년대 철도 터미널을 리노베이션한 약 3만 6천 평 규모의 사무실을 보며, 네이버후드의 핵심 원리 세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후드의 3가지 핵심 원리

구글이 설계한 네이버후드에는 세 가지 원리가 작동합니다.
첫째, 팀 단위의 고정 거점 구역
개인 고정석 대신 팀에 거점 구역을 배정해, 공간 점유의 단위를 '내 자리'에서 '우리 팀 구역'으로 전환합니다. 구글 뉴욕 오피스에서는 각 팀의 거점 구역 안에 공유 데스크, 회의실, 폰부스, 공용 테이블 등 다양한 환경을 세팅해, 팀원들이 업무 유형에 따라 자리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글이 다른 오피스에서 이 모델을 먼저 시범 운영한 결과, 직원들의 사회적 연결감과 팀 응집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고 밝혔습니다.
둘째, 집중과 협업의 분리
보통 회사들은 한 공간에서 집중 업무와 협업을 동시에 해결하려 하는데, 이는 어느 쪽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과를 볼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네이버후드는 집중 구역과 협업 구역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업무 모드별로 방해받지 않도록 설계합니다. 구글에 따르면, 혁신은 작고 긴밀한 팀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할 때 탄생합니다. 네이버후드는 그 '긴밀함'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이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동시에 보장하는 구조인 셈이죠.
셋째, 동네와 동네를 잇는 '공용 공간'
네이버후드가 단순한 팀 칸막이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각 동네 사이에는 카페, 라운지, 오픈된 협업 구역 같은 공용 공간을 전략적으로 배치합니다.


구글 뉴욕 오피스에서는 네이버후드 구역만큼이나 넓은 면적을 공용 공간에 할당했습니다. 이 공간은 서로 다른 동네의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예기치 않은 대화를 나누는 '교차점' 역할을 합니다.
1편에서 다뤘던 "우연한 만남의 극대화" 전략이 네이버후드 모델에서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우리 사무실에도 '동네'를 만들 수 있을까
"저건 구글이니까 가능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구글처럼 수만 평 캠퍼스를 신축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죠. 하지만 네이버후드의 3가지 핵심 원리인 팀 단위 거점, 집중과 협업 공간의 분리, 교차 공간의 전략적 배치는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 가능합니다. 다만 한국 기업 환경에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면적의 제약.
국내 기업 대부분은 수만 평 캠퍼스가 아닌 제한된 면적의 임대 오피스에서 일합니다. 이 안에서 네이버후드를 구현하려면, 모든 기능을 한 공간에 넣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가장 중요한 교차 공간 하나'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라운지 하나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여러 공간을 어중간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죠.
둘째, 문화적 차이.
한국 기업은 팀 내에서도 직급에 따라 좌석 위치가 정해지는 고정석 문화가 아직 일반적입니다. 하루아침에 전면적인 공유 좌석을 도입하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어요. 직급이 아니라 업무 연관성을 기준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앉는 공유 좌석을 일부 도입하는 게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동선 설계의 중요성.
면적이 작을수록 동선 설계가 더 중요합니다. 사무 공간에서 라운지로, 라운지에서 회의실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직원들이 실제로 공간을 활용하게 됩니다. 동선이 불편하면 아무리 멋진 라운지도 '가지 않는 공간'이 되고 맙니다.
네이버후드를 한국에서 적용한다면
실제로 하이픈디자인이 설계한 프로젝트 중에는 네이버후드의 핵심 원리를 한국 오피스 환경에 맞게 적용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패스트파이브 마곡나루점: 서브 라운지 5개의 '동네 구조'를 설계한 케이스
패스트파이브 마곡나루점은 1,000평 규모의 대형 공유오피스입니다. 면적이 넓다 보니 메인 라운지까지 동선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하이픈디자인은 메인 라운지 1개 외에 사무 공간 곳곳에 5개의 서브 라운지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습니다. 각 서브 라운지에는 기둥 뒤 프라이빗 좌석, 창가 집중석, 소파 등 다양한 유형의 좌석을 배치해 개인 집중부터 캐주얼 미팅까지 폭넓게 쓸 수 있죠.
팀 거점 공간 가까이에 다양한 기능의 공간을 두고, 그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교류가 일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구글 네이버후드와 유사합니다. 수만 평 캠퍼스가 아닌 1,000평 안에서 이를 실현했다는 점이 참고할 만하죠.

카카오게임즈: 라운지를 '허브'로 재설계한 케이스
카카오게임즈의 판교 오피스 라운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네이버후드 원리를 적용한 사례입니다.
리모델링 전에는 외부 방문객과 임직원의 동선이 분리되지 않아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복지 공간인 '크루 케어존'도 여기저기 흩어져 활용도가 낮았죠. 하이픈디자인은 라운지를 공간 전체의 '허브(Hub)'로 재정의하고, 모든 공간이 라운지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핵심은 동선의 분리와 연결을 동시에 해결한 것입니다. 방문객과 직원의 동선은 명확하게 분리하면서, 직원들의 업무 공간-라운지-캔틴 사이의 흐름은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연결했죠. 결과적으로 라운지는 업무와 휴식, 미팅과 이벤트가 유연하게 섞이는 중심 거점, 즉 '동네의 광장'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참고]
패스트파이브 마곡나루점 사례
이런 공간 전략, 정말 효과가 있을까
네이버후드의 세 가지 원리 중, 집중과 협업의 분리는 글로벌 리서치 데이터로도 그 효과가 확인됩니다.
전 세계 7,000개 이상의 사무실에서의 직원 경험을 측정해 온 리스만 인덱스(Leesman Index)의 데이터를 보면, 최우수 등급 사무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집중 업무가 잘 지원된다고 응답한 직원 비율이 93.2%에 달하면서도, 공간 구성의 다양성에 만족한다는 응답 역시 86.5%로 높다는 점입니다. 전체 사무실의 같은 항목 평균(33.7%)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차이죠.
협업 공간만 넓힌 것도 아니고, 집중 공간만 확보한 것도 아닙니다. 높은 성과를 내는 사무실일수록 집중, 협업, 휴식 등 다양한 업무 모드를 지원하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기업들은 이 균형을 맞추고 있을까요? 리스만의 2025년 보고서(Focus Forward)를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조용한 개인 집중 환경(89%)인데요. 오피스 설계 시 우선순위를 묻는 항목에서 '협업과 지식 공유'를 선택한 조직은 70%인 반면, 개인 집중 업무를 우선순위에 둔 조직은 27%에 불과합니다. 직원이 원하는 것과 기업이 만드는 것 사이에 이만큼의 간극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협업에 치우쳐 있고, 집중 환경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거죠.
물론 협업 공간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직원 니즈에서도 '협업 중심의 집중 업무(58%)'는 상위에 있으니까요. 핵심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입니다. 집중과 협업, 이 둘의 균형을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이 네이버후드의 본질이고, 데이터가 보여주는 결론이기도 합니다.
이제 사무실을 다시 볼 때입니다
1편에서 우리는 "공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2편에서는 그 투자가 어떤 원리 위에 서야 하는지를 구글 사례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구글이 네이버후드에 투자하는 이유는 사무실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직원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내일 출근하면 한 가지만 살펴보세요. 우리 사무실에서 집중하는 사람과 협업하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 섞여 있지는 않은지. 그 하나의 관찰이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피스 레볼루션> 시리즈 3편에서도 최근 사무실을 새로 만들고 혁신을 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